계획은 세우는데 왜 며칠 지나지 않아 포기하게 될까?
새해가 되거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웁니다.
"오늘부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야지."
"퇴근 후에는 매일 책을 읽어야지."
"이번에는 운동을 꾸준히 해봐야지."
처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어느새 평소와 똑같은 생활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역시 나는 의지력이 부족해."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비난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강하게 마음먹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를 모두 의지력이나 성격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주변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행동을 시작하기 얼마나 쉬운지, 어떤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지도 영향을 줍니다.
오늘은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습관 변화가 왜 어려운지 살펴보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설계 방법 3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의지력은 배터리처럼 줄어드는 걸까? 자아 고갈 이론의 한계
심리학에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아 고갈 이론은 어떤 사람이 자기 통제력을 사용하는 일을 한 뒤에는 다음 자기 통제 과제에서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한 가지 일을 참거나 조절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면 이후 다른 일을 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이론은 오랫동안 의지력을 제한된 자원처럼 설명하는 데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의지력이 실제로 배터리처럼 일정한 양을 가지고 있다가 사용량만큼 줄어드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2016년 여러 연구실이 참여한 재현 연구에서는 자아 고갈 효과가 매우 작았으며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21년에는 36개 연구실, 3,531명이 참여한 사전등록 연구에서도 주요 분석에서 자아 고갈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의지력이 하루 동안 일정한 양씩 소모되는 배터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자료:
- "자아 고갈 효과에 관한 다기관 재현 연구(2021)" (https://pubmed.ncbi.nlm.nih.gov/34520296/)
- "자아 고갈 효과에 관한 다기관 재현 연구(2020)"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186735/)
그렇다면 저녁이 되면 책을 읽거나 운동을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면 부족, 피로, 스트레스, 배고픔, 반복되는 선택과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 많은 일을 처리한 뒤에는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는 일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녁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더 강하게 몰아붙이는 일이 아니라, 행동을 시작하기 쉬운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의지력에만 기대지 않는 환경 설계의 3가지 원칙
환경 설계란 내가 원하는 행동은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줄이고 싶은 행동은 자연스럽게 덜 하도록 주변 조건을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행동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단계를 줄이거나, 행동을 유도하는 신호를 배치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습관 형성에 관한 연구에서도 목표 설정, 행동 신호, 자기 관찰과 같은 전략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참고 연구:
- "Digital Behavior Change Intervention Designs for Habit Formation: Systematic Review (2024)" (https://www.jmir.org/2024/1/e54375/)
- "Attitudes, Habits, and Behavior Change (Annual Review of Psychology)"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020821-011744)
1. 좋은 행동은 시작하기 쉽게 만들기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행동을 시작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책을 읽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책을 책장에서 꺼내고, 읽을 장소를 정하고, 조명을 켜고, 휴대전화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준비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책을 미리 책상 위에 펼쳐두거나, 읽을 페이지를 표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운동복을 미리 준비해 두고,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면 필요한 교재와 필기구를 책상 위에 놓아두는 식입니다.
핵심은 행동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단계를 줄이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한 시간씩 운동하거나 책을 읽겠다고 계획하기보다는 5분만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습관으로 발전시켜 보세요.
2. 줄이고 싶은 행동은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기
좋지 않은 습관을 줄이려고 할 때 많은 사람이 먼저 결심부터 합니다.
"오늘은 스마트폰을 적게 봐야지."
"이제부터 자기 전에는 영상을 보지 말아야지."
하지만 스마트폰이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있고, 앱을 열자마자 새로운 영상이 이어지는 환경이라면 결심만으로 행동을 바꾸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유혹에 접근하는 과정을 조금 더 번거롭게 만들어 보세요.
-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는 스마트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둡니다.
- 자주 사용하는 SNS 앱을 휴대전화 첫 화면에서 치웁니다.
- 필요하지 않은 앱 알림을 끕니다.
-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침대 옆이 아닌 다른 장소에 둡니다.
이런 방법은 행동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심코 반복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다시 선택할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3.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신호를 눈에 보이게 배치하기
우리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 주변 물건을 계기로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침대에 누우면 스마트폰을 확인하거나,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TV를 켜는 행동이 있습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상황과 행동은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만들고 싶은 습관에도 일정한 신호를 연결해 보세요.
- 책 읽기: 저녁 식사 후 식탁을 정리하면 책을 펼칩니다.
- 운동하기: 집에 돌아오면 준비해 둔 운동복으로 갈아입습니다.
- 정리하기: 잠자리에 들기 전 책상 위 물건 세 개를 제자리에 둡니다.
- 공부하기: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 교재를 펼칩니다.
단순히 물건을 눈앞에 놓는 것만으로 습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알림이나 메모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시간이나 장소, 기존 행동과 새로운 행동을 연결하면 실천하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나를 탓하기 전에 주변 환경부터 살펴보세요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의지가 강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기 쉬운 공간을 만들어 두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기 편하도록 필요한 물건을 미리 준비합니다. 반대로 자신이 자주 빠지는 유혹을 알고 있다면 그 행동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환경을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 패턴이나 건강 상태, 스트레스처럼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자신을 비난하면서 같은 계획을 반복하기보다는, 행동을 방해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편이 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읽고 싶다면 책을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두세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잠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 보세요.
작은 환경의 변화가 행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의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핵심 요약
- 자아 고갈 이론은 의지력을 제한된 자원처럼 설명하지만, 의지력이 배터리처럼 소모된다는 주장은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 습관은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피로, 스트레스, 주변 환경과 행동을 시작하는 조건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 좋은 행동은 시작하기 쉽게 만들고, 줄이고 싶은 행동은 접근하기 어렵게 조정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일정한 시간과 장소, 기존 행동을 새로운 습관의 신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무엇이 행동을 방해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결정하는 아침 습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무겁고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아침 첫 10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